더 필요한 이들을 위한 나눔
지난 6월 지극히 거룩하신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에 장엄 미사를 드린 후, 마을의 신자들과 함께 성체 행렬을 하였습니다. 2시간 정도 성체 행렬을 마치고 본당으로 들어올 때쯤,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과테말라에서 4년 정도 살았지만 처음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우박이 양철 지붕과 부딪혀 둔탁한 소리와 함께 주변이 점점 까만 물체로 덮여갔습니다. 밖으로 나가 보니 아주 작은 까만 돌 조각들이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한국에도 이 소식이 전해졌겠지만, 너무나 안타깝게도 이날 저희 지역에 있는 ‘불의 화산’이 대폭발을 하면서, 용암과 암석 파편 그리고 화산가스가 한 덩어리로 뒤섞인 ‘화산쇄설류’라는 잿빛 폭풍이 화산 주변의 마을들을 덮쳤습니다. 워낙 급작스럽게 벌어진 일이라, 대피할 겨를도 없이 많은 사람이 죽고 다쳤으며, 수많은 이재민이 생겼습니다.
저희 지구에 있는 옆 본당의 공소도 큰 피해를 받아서, 당일 그 본당 신부의 도움을 요청하는 연락을 받자마자, 저녁 미사 전 급하게 마을 사람들에게 구호 물품을 모아 달라고 부탁을 했습니다. 짧은 시간에 얼마나 많은 구호 물품들이 모일까라는 걱정도 있었지만, 단 2시간의 짧은 시간이었음에도 9대의 픽업트럭이 가득 찰 정도로 식료품, 의류, 의약품 등의 물품이 모였고, 수많은 자원봉사자와 함께 구호 물품들을 직접 그 본당에 전달해 주었습니다. 자정 때쯤, 신자들과 돌아오면서 문득 ‘오병이어의 기적’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볼 수 있듯이, 작은 아이의 손에 들린 보리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는 오천 명을 먹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정성 어린 봉헌과 예수님의 기도를 통해 모든 이가 배불리 먹고도 열두 광주리가 남을 정도로 넘치는 나눔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한국보다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인 과테말라에 살면서 구호 물품을 모으는 순간에도 저는 ‘과연 가난한 이들이 얼마나 봉헌할까?’라는 현실적인 걱정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가진 것이 적다하더라도 진실 된 작은 정성들이 모여 예수님을 통해 넘치는 기적으로 변화되는 것을 그날 저는 분명히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물 한 병을 들고 오는 고사리손부터 적은 돈이지만 운반할 때 기름값으로 써 달라는 봉헌금까지 모든 것이 더 배고픈 이들, 더 필요한 이들을 위한 사랑의 나눔이었습니다. 물론 저희 본당뿐만이 아니라 과테말라 전역에서 이러한 마음과 정성이 모여 이제는 재난 지역에서 물품보관 창고를 지어야 할 정도로 구호 물품이 가득 넘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성경에서만 나오는 꿈같은 기적이 아니었습니다. 우리 삶 안에서도 이웃을 향한 사랑의 나눔을 통해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기적입니다. 나보다 더 부족한 이들, 나보다 더 약한 이들을 위한 작은 나눔이 예수님을 통해 우리 사회, 우리 공동체 안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나눔의 기적임을 깨닫고, 실제로 그 기적을 체험할 수 있는 신앙생활이 되시기를 기도드립니다.
김현진 토마스데아퀴나스 신부/해외선교(과테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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