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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글] 믿음에로 초대받은 가나안 여인 --최규하 다니엘 신부
글쓴이 : 사무실 날짜 : 17-08-19 11:13 조회 : 229 추천 : 0
믿음에로 초대받은 가나안 여인

복음을 읽으면 마음에 평화가 찾아와야 할 터인데, 종종 복음 말씀이 우리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오늘 복음도 그렇습니다. 애써 당신을 찾아와 자신의 딸을 살려 달라며 애원하는 여인에게 예수님은 참으로 모질게도, “자녀들의 빵을 집어 강아지들에게 던져주는 것은 좋지 않다”고 말씀하시네요. 단지 이스라엘 백성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상대방을 이렇게까지 비하하며 그 청을 뿌리치시는 예수님의 매정함에 순간 아연해집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정말 이 여인의 청을 거절하시려는 것이었을까요? 단지 이 여인이 가나안 사람이라는 이유로? 실상 어떤 이들은 그렇게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늘 복음을 두고, 원래 이스라엘 백성만을 구원하러 오셨던 예수님이 가나안 여인의 믿음을 보시고 마음이 바뀌어 이제는 이방인들까지도 구원의 대상으로 삼으시게 된 것이라 보는 견해도 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과 가나안 여인 중, 이 사건을 통해 극적인 변화를 보인 사람이 예수님이 아니라 가나안 여인이라고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곧, 처음에는 예수님께 대한 참된 믿음이 없이 그저 치유의 기적만을 바랐던 이 가나안 여인이, 예수님과의 대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예수님께 대한 믿음을 고백하며 참된 이스라엘 백성이 되어가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이때 ‘이스라엘 백성’이란, 어떤 혈연이나 지연에 근거한 민족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유다인이든 이방인이든 상관없이 ‘하느님께 대한 신앙을 고백하는 아브라함의 모든 자손들’이라는 영적 인 개념이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자녀에게 줄 빵을 강아지에게 줄 수 없다’는 예수님 말씀이 이 가나안 여인을 향한 모욕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부모이기 때문에 자녀에게 빵을 주는 것이지, 빵을 주기 때문에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강아지의 경우는 다르죠. 누구든 빵을 주는 이가 곧 주인입니다. 강아지에게 빵을 주듯이 사람들에게 치유의 기적을 선물한다는 것은, 곧 그 기적을 미끼로 사람들을 꾀어내어 자신을 주인으로 섬기게 함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사이비 교주들이 그러하듯이 어떤 놀라운 일을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이 자신을 섬기게 하려고 기적을 행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예수님의 기적은 강아지에게 던져주는 눈먼 양식이 아니라, 당신 자녀들에게 베푸시는 아버지 하느님의 사랑의 표지입니다. 가나안 여인이 믿음으로 이스라엘 백성이 되자, 사랑이신 아버지 하느님의 자비로운 구원이 현실이 되어 그녀에게 펼쳐졌고, 그녀의 딸은 치유를 받았습니다.

하느님은 우리가 기도를 드린 시간과 노력에 비례하여 기적을 베푸시게끔 설정된 기적 자판기가 아니라, 믿음으로 당신의 자녀가 된 이들의 아픔과 부족함을 사랑으로 어루만져 주시는 아버지이십니다.

기적은, 아버지의 사랑이 자유로이 표현되는 한 방식일 따름입니다.

최규하 다니엘 신부 /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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