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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글] 가시덤불에 씨를 뿌리는 농부의 마음---최규하 다니엘 신부
글쓴이 : 사무실 날짜 : 17-07-15 14:11 조회 : 254 추천 : 0
가시덤불에 씨를 뿌리는 농부의 마음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은 ‘씨 뿌리는 사람의 비유’를 말씀하십니다. 씨앗, 곧 복음 말씀이 우리의 마음 밭에 뿌려지는데, 그 밭의 상태에 따라 풍성한 열매를 맺기도 하고, 반대로 싹도 틔우지 못하고 메말라 버리기도 합니다.

우선 하느님을 외면하는 사람의 마음은 길바닥과 같아서, 복음 말씀은 그 사람 안에서 뿌리를 내리지 못합니다. 또한 복음 말씀을 받아들이기는 하는데 깊이가 없는 사람의 마음은 돌밭과 같아서, 금방 흥미를 잃어버리고 말씀을 멀리하게 됩니다. 세상 걱정이 너무 많은 사람의 마음은 가시덤불로 뒤덮인 밭과 같습니다. 이런저런 걱정에 온통 마음이 쓰여, 복음 말씀을 묵상하고 조용히 머무를 여유가 없습니다. 하지만 하느님 곁에 머무는 사람의 마음은 기름진 밭과 같습니다. 이들은 바쁘고 고단한 일상 가운데에서도 늘 주님을 찾고, 그분의 말씀을 되새기는 사람들입니다.

이 네 부류 중, 아마도 평범한 우리들 대부분의 마음은 가시덤불로 뒤덮인 밭과 같지 않을까요. 시간을 내어 하느님 말씀을 묵상해야 한다는 것은 잘 알지만, 갖가지 세상 걱정에 시달리면서, 우리는 종종 마음의 여유를 잃어버리고 하느님을 시야에서 놓치게 됩니다. 그렇다면 오늘 복음은 이렇게 가시덤불에 갇혀 숨이 막히고 영적으로 죽어가는 우리에 대한 예수님의 꾸지람으로 이해해야 할까요.

글쎄요, 이 비유를 다른 식으로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곧, 예수님은 우리에게 “네 마음은 어찌 이리 황량하니?” 하고 질책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로 “얘야, 네 마음이 아무리 황량하다고 해도 난 포기하지 않고 계속 복음의 씨앗을 뿌려줄 터이니, 너는 네 마음 밭을 잘 가꾸어 열매를 맺어주렴” 하고 간절하게 당부를 하시는 것이 아닐까요.
이 비유를 잘 보면, 씨 뿌리는 이는 좋은 땅뿐만 아니라 길 바닥에도, 돌밭에도, 그리고 가시덤불에도 씨를 뿌리고 있습니다. 마치 하느님께서 선인에게나 악인에게나 차별 없이 비를 내려주시고 사랑을 보여주시듯이, 예수님은 당신 말씀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뿐 아니라 그렇지 않은 이에게도 당신 말씀의 씨앗을 뿌려주십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당신의 말씀을 아무렇게나 헛되이 흘리시는 분이라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의 제1독서는 다음과 같이 기록합니다. “이처럼 내 입에서 나가는 나의 말도 나에게 헛되이 돌아오지 않고, 반드시 내가 뜻하는 바를 이루며, 내가 내린 사명을 완수하고야 만다.” 그래서 예수님은 당신의 말씀을 받아들이는 우리가 어떻게든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어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농부의 마음으로 당신 말씀의 씨앗을 우리 마음 밭에 뿌려주십니다.
이런 예수님의 간절한 마음을 이해하신다면, 이제 우리의 할 일은 무엇일까요. 바로 기도와 자선과 희생을 통해 서 우리의 마음 밭을 일구는 일이겠죠. 이들로써 우리의 일상을 채워갈 때, 가시덤불만 가득한 황량한 광야 같은 우리 마음은 서서히 수십 배의 열매를 맺는 기름진 옥토로 변할 것입니다.

최규하 다니엘 신부 / 가톨릭대학교 성신교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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