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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칼럼] 외손녀의 킨더가든 졸업식
글쓴이 : 김형기 날짜 : 17-07-04 15:46 조회 : 323 추천 : 0
외손녀의 킨더가든 졸업식

킨더가든(Kindergarten)에 다니는 외손녀의 졸업식에 참석하러 필라델피아에 다녀왔다. 떠나기 전날 복도에서 만난 할머니에게 외손녀 졸업식 참석하러 큰딸 집에 간다고 했더니, 그것도 졸업식이냐고 우스워했다. 하기야 아흔이 훌쩍 넘어 증손까지 여럿 둔 할머니에게는 그게 가소롭겠지만, 큰딸은 매우 중요한 행사로 생각했던지 마침사위가 학회 참석차 출장 중이라서 그 중대사에 참석할 수 없게 되었다며 우리 부부의 참석을 요청했다. 아이의 사기 진작에 꼭 필요하다고 덧붙이며.

킨더가든이라는 독일어 단어도 낯설고, 미국 학제가 생소한 분들은 이 졸업식이 대학교에 맞먹는 거로 잘못 알까 봐 간단히 설명하면, 킨더가든이란 어린이 동산(Garden for the Children)이라는 뜻의 독일어로서 미국에서 세계적으로 우수한 독일식 학제를 모방한 데서 유래한다. 대학 입학 전에 1학년부터 12학년까지, 12년간 교육을 받는데 초등학교 입학 전에 정식 학교 교육에 적응할 수 있도록 공부보다는 노래 부르기, 그림 그리기, 사회성 길러 주기 등의 훈련을 통해 정식 학교 교육에 적응시키기 위한 준비 과정을 킨더가든이라고 하며 요즈음은 이 과정도 정식 교육 기간에 두어 대학 입학 전 교육 기간을 K-12이라고 부른다.

졸업 선물을 준비하다가 문득 큰딸이 킨더가든 졸업식에서 의사 가운을 입고 무대에 올라 “I want to be a doctor.”라고 선생님이 미리 써 준 원고를 외워서 큰소리로 외치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30여 년이 흘러 이제 외손녀가 그때의 큰딸과 같은 나이가 되어 다른 학교에서, 다른 모습으로 졸업한다고 생각하니 마치 대학교를 졸업하는 것처럼 대견스러웠다. 외손녀는 며칠 전부터 친구들에게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졸업식에 참석할 거라고 자랑했다니 우리가 외손녀의 사기를 확실히 올려주기는 했나 보았다.

학교는 큰딸 집에서 걸어서 몇 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곳에 있었다. 휴일이 아닌데도 학부모와 아이들의 가족으로 강당이 가득 찼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그들이 한가해서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기 때문에 어렵게 시간을 내어 그 자리에 왔다는 걸 미국에 오래 산 나는 안다.

아이들이 입장하기 전에, 입구에서 받은 한 장짜리 소박한 안내서를 보았더니 다음과 같은 머리글이 있었다. 앞으로 있을 여러 번의 졸업식 중에서 가장 먼저 치르는 것이니 나름대로 의미 깊고 소중한 행사라는 걸 강조한 듯하다.

“시간이 참 빨리도 흘렀어요.
어린이 여러분은 그동안 많이 배우고 무럭무럭 자랐어요.
이제 나비처럼 날개를 활짝 펴고 높이 날아올라 새로운 걸 배워요.
우리는 어린이 여러분이 자랑스럽답니다.
즐거운 여름 보내고 9월 5일 1학년 개학일에 만나요. ”

아이들이 입장하여 무대에 설치된 계단식 좌석에 앉았는데 좌석이 꽉 차서 몇 명은 무대 바닥에도 앉고, 간이 의자에도 앉았다. 무대가 아이들로 꽉 찬 걸 보니 동양계가 서너 명, 흑인이 두어 명, 남미계가 두어 명이고 나머지는 죄다 백인 아이들이었다. 한국에서는 출산율이 떨어져서 걱정이라고 들었는데 이 동네는 좀 다른가 보았다.

교장 선생님의 짤막한 개회사, 그리고 아이들이 예닐곱 곡 정도 합창하고, 사회를 맡은 선생님이 중간중간에 칭찬과 짧은 추임새를 넣으며 분위기를 띄웠다. 미국 선생님들은 언제나 칭찬에 인색하지 않고 말을 재미있게 한다.

졸업식 행사는 금세 끝나고 학교 뒤뜰에서 학부모들이 한 가지씩 준비해온 음식을 나누는 친교의 시간이 있었다. 선생님과 헤어지는 게 서운해서 눈물 흘리는 아이들도 여럿 있었고, 아이들과 선생님들은 서로 끌어안고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아이들을 끌어안고 작별 인사를 나누고 격려해 주는 선생님들은 보니 그들은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분들로 보였다. 우리 외손녀도 몇몇 선생님들을 열정적으로 끌어안고 얘기를 나누었다.

아이 중에서 우리 외손녀가 제일 예뻤다. 편견이 작용했겠지만, 그게 무슨 문제람. 외손녀보다는 우리 딸이 더 예뻤다. 이것도 편견이 작용했겠지만, 딸과 촌수가 더 가까우니 그렇게 생각되는 게 당연한 게 아닐까? 2년 후, 우리 외손자 졸업식에도 와야지. 외손녀 대학 졸업식에 참석하려면 앞으로 16년을 더 살아야 하는데 주님께서 나에게 건강을 허락하신다면 이루지 못 할 꿈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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